[정치] 채동욱 검창총장 사퇴에 따른 검찰 내부 의견

사회&문화 2013. 9. 14.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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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창총장 채동욱에 대해서 법무부에서 감찰을 발표한지 30분만에 검찰총장이 자진 사퇴를 발표하였고, 검찰 내부에서는 여러 의견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 황장관이 법무법인 태평양 출신이던데, 마침 아는 사람이 태평양으로 이직했는데..  )

 

먼저 김윤상(사법연수원 24기) 대검 감찰과장이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사의 표명 전문.

<내가 사직하려는 이유>

또 한번 경솔한 결정을 하려 한다. 타고난 조급한 성격에 어리석음과 미숙함까지 더해져 매번 경솔하지만 신중과 진중을 강조해 온 선배들이 화려한 수사 속에 사실은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아온 기억이 많아 경솔하지만 창피하지는 않다.

억지로 들릴 수는 있으나, 나에게는 경솔할 수 밖에 없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법무부가 대검 감찰본부를 제쳐두고 검사를 감찰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다. 그래서 상당 기간의 의견 조율이 선행되고 이 과정에서 마찰이 빚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검찰의 총수에 대한 감찰착수사실을 언론을 통해서 알았다. 이는 함량미달인 내가 감찰1과장을 맡다보니 법무부에서 이렇게 중차대한 사안을 협의할 파트너로는 생각하지 않은 결과이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내 본연의 고유업무에 관하여 총장을 전혀 보필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책임을 지는게 맞다.

둘째, 본인은 소신을 관철하기 위해 직을 걸어놓고서 정작 후배의 소신을 지켜주기 위해 직을 걸 용기는 없었던 못난 장관과 그나마 마음은 착했던 그를 악마의 길로 유인한 모사꾼들에게, 총장의 엄호하에 내부의 적을 단호히 척결해 온 선혈낭자한 내 행적노트를 넘겨주고 자리를 애원할 수는 없다. 차라리 전설속의 영웅 채동욱의 호위무사였다는 사실을 긍지로 삼고 살아가는게 낫다.

셋째, 아들딸이 커서 역사시간에 2013년 초가을에 훌륭한 검찰총장이 모함을 당하고 억울하게 물러났다고 배웠는데 그때 아빠 혹시 대검에 근무하지 않았냐고 물어볼 때 대답하기 위해서이다. ‘아빠가 그때 능력이 부족하고 머리가 우둔해서 총장님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했단다. 그래서 훌훌 털고 나왔으니까 이쁘게 봐줘’라고 해야 인간적으로나마 아이들이 나를 이해할 것 같다.

학도병의 선혈과 민주시민의 희생으로 지켜 온 자랑스런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 권력의 음산한 공포속에 짓눌려서는 안된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내 아들딸이 ‘Enemy of State’의 윌 스미스처럼 살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된다.

모든 것은 분명해졌다. ‘하늘은 무너져도 정의를 세워라’는 경구를 캠퍼스에서 보고 다녔다면 자유와 인권, 그리고 정의를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쳐야 한다. 어떠한 시련과 고통이 오더라도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위한 절대가치는 한치도 양보해서는 안된다.

미련은 없다. 후회도 없을 것이다. 밝고 희망찬 미래를 만들기 위해 난 고개를 들고 당당히 걸어나갈 것이다.

 

다음은  박은재(사법연수원 24기) 대검 미래기획단장의 공개 편지 전문입니다.

장관님께


장관님, 왜 그러셨습니까?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누구보다 소신있게 검사생활을 하셨던 장관님이 이 상황에서 검찰총장 감찰지시라니요. 조직의 불안과 동요를 막기 위해서라구요? 검찰총장의 언론보도정정청구로 진정국면에 접어든 검찰이 오히려 장관님의 결정으로 동요하고 있습니다. 거두절미하고 한 가지 딱 한 가지만 설명해 주십시오. 도대체 어떠한 방식의 감찰로 실체를 규명하려고 하셨습니까? 유전자 감식, 임모 여인의 진술외에 이런 사안을 밝힐 다른 객관적 방법이 있는지요?


제 아둔한 머리로는 도무지 그 방법이 떠오르질 않습니다. 근데 유전자 감식, 임모 여인의 진술확보가 감찰로 가능하다고 생각하셨습니까? 그건 수사로도 불가능합니다. 수사를 함에 있어 객관적 증거 확보에 자신이 없으면 수사에 착수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배웠습니다. 객관적 증거없이 이것 저것 파기식 수사를 하면 당사자에게 너무도 큰피해를 주기 때문이지요.


저는 장관님을 믿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수사를 총 책임지고 있는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이니까 사전에 충실한 감찰계획이 서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검찰총장을 상대로 아니면 말기 식 감찰을 지시하였으리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러니까 객관적 자료 발견을 위한 감찰 방법을 검사들, 넓게는 국민들에게 공개해 주십시오. 동요하는 검사를 진정시킬 유일한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만일 객관적 자료를 확보할 감찰에 대한 치밀한 생각도 없이 감찰을 지시한 것이라면 그건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검찰의 직무상 독립성을 훼손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검찰의 존립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상황은 대다수의 국민이 특정 세력이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정권에 밉보인 총장의 사생활을 들추어 총장을 흔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검찰의 직무상 독립성이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느닷없이 검찰총장 감찰이라니요? 오비이락이라고 이런 상황이면 오히려 감찰의 근거와 방법이 확실해도 신중에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정 정치세력의 마음에 들건 안 들건 국정원 댓글 사건은 직무상 독립성이 보장된 검찰의 결정입니다. 장관님은 그 과정에서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행사하실 수도 있었고 잘못된 결정이었다면 그 재판결과에 따라 책임을 물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해 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다면 총장이 책임졌을 것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렇게 급하셨습니까? 검찰의 직무상 독립성 훼손문제가 그렇게 가벼워 보이셨습니까? 이건 검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상황이 이렇다면 법원의 소신있는 결정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검찰총장을 헌신짝처럼 날려보내는 상황인데요.


장관님 말이 길어져서 죄송합니다. 혹시 하는 노파심에서 말씀드리지만 저와 채동욱 총장의 개인관계 때문에 제가 이런 글을 올린다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저는 채동욱 총장과 한번도 같이 근무를 해 본적이 없고, 사석에서의 모임도 거의 없었습니다.


제가 이 말씀을 올리는 것은 절대 채동욱 총장 개인이 안 되었고 불행해서가 아닙니다. 법무부 검찰국의 과장도 해 본 사람으로서 장관님과 법무부, 그리고 검찰을 위해 드리는 말씀입니다. 장관님, 제발 장관님의 진정으로 검찰을 위하신다면 이번 사건 감찰계획을 공개해 주셔셔 제 무지를 깨우쳐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우리 검찰엔 미래가 없습니다.


검찰국장님께


국장님 왜 그러셨습니까?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누구보다 소신있게 검사생활을 해 오신 국장님이 이 상황에서 검찰총장 감찰지시를 왜 못 막으셨습니까? 법무부 감찰관도 해외출장중인 상황에서 국장님이 막으셨어야지요. 검찰의 직무상 독립성을 위해서 반드시 막으셨어야 합니다.


참모는 윗분의 뜻을 잘 받들어야 하지요. 그러나 윗분의 결정이 잘못되었을 때는 직을 걸고라도 막아야 하는 것이 참모의 임무라고 배웠습니다.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국장님 제가 장관님께도 말씀을 올렸지만 지금 검사들의 동요를 막을 방법은 객관적 자료를 확보할 감찰방법 공개밖에 없습니다. 국장님 제발 장관님을 잘 설득하셔서 그 방법을 공개해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우리 검찰엔 미래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대검찰청 미래기획단장 박은재 검사 올림

 

추가로 서울 서부지검 평검사 회의  결과 전문입니다.

최근 일부 언론의 의혹제기, 법무부장관의 공개 감찰 지시, 연이은 검찰 총장의 사의 표명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서울서부지검 평검사 일동은 오늘 아래와 같이 의견을 모았습니다.

일부 언론의 단순한 의혹 제기만으로 그 진위가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 총장이 임기 도중 사퇴하는 것은 이제 막 조직의 안정을 찾아가는 상황을 고려할때 재고되야 한다. 특히 법무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감찰을 지시한 이후 곧바로 검찰총장이 사퇴함으로써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는 상황으로 비춰지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감찰 지시의 취지가 사퇴 압박이 아니고 조속히 의혹을 해소하고 조직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면 사표의 수리 이전에 먼저 의혹의 진상이 밝혀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총장께서는 말씀하신바와 같이 의혹이 근거없는 것이라면 사의 표명을 거두고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검찰을 이끌어 주시길 바란다

정치에 별 관심이 없지만 요즘 나오는 뉴스를 보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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